대학 동기들이 취업을 해야할 시기가 되자 자기소개서 쓰는 법으로 난리입니다. 저는 그에 관련해서 상당히 많은 질문을 받고 있는데1, 다들 상투적이고 재미 없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 같아서 제가 생각하는 그나마 나은 자기소개서 쓰는 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나마 나은이라고 적은 이유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자기소개서를 이유 없이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최선의 취업 전략을 입사 지원때 필요하지 않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회사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경우의 제 주변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을 적습니다.
제 공략법은 간단합니다. 자기소개서의 각 항목 명 앞에 “이 직장에 오기 위해 내가 해온”을 붙이는 겁니다. 가령 성장배경이라면 이 직장에 오기 위해 내가 해온 성장 배경, 즉 이 직장에 오기 위해 해온 나의 노력들이 되는 것이죠. 왜 이렇게 바꿔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보통 자기소개서는 대충 읽고 던집니다. 당신의 다른 서류(이력서 등)이 매력적이지 못했다면 당신의 서류가 던져질 곳은 쓰레기통입니다.
- 보통 자기소개서에 상투적인 문구, 예를 들면 성장 배경에 “저는 n남n녀 중 n째로 태어나서..” 이런 것을 적는데, 이런 이야기는 입사 담당자 입장에서 궁금할 사항이 아닙니다.
- 입사지원을 위해 해야 할 전략은 이 서류를 보고 “이 사람을 꼭 면접장에 불러서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다” 라는 인상을 남기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 직장과 관계 있는 이야기를 적어야 눈에 띄겠죠?
눈에 띄는 자기소개서가 되려면 당연히 읽는 사람 입장에서 원하는 이야기를 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웹 개발자로 지원하면서 자기소개서에 “성장 배경”을 작성한다고 칩시다. 저라면 이렇게 적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렸을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서 초등학교의 방과후 학교인 컴퓨터 자격증반을 자원하여 수강하였습니다. 그렇게 컴퓨터를 배우던 중 HTML으로 만들어지는 웹 페이지가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고, 중학교 즈음에서부터 본격적으로 PHP를 배워서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하 생략)
회사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어떤 학습 과정을 거쳐서 어떤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제 생각엔 이력서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규격화된2 문서라면,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라고 봅니다. 굳이 자신이 몇남 몇녀였는지,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는지 같은 건 적을 필요가 없는 것이죠.
또 하나 주의할 점이라면 맞춤법과 표기법을 준수하는 것 정도 일 것 같습니다. 저도 맞춤법은 잘 지키진 못하고 있지만, 최대한 지켜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검사기로는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표기법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고유명사나 단위명 등이 그에 해당합니다. 가령 MySQL에 대한 이야기를 적으면서 “저는 마이SQL을 사용해서 ~~~” 이런 식으로 잘못된 표기법을 쓰면 읽는 사람이 얼마나 당혹스럽겠습니까?
그리고 이것도 제 사견인데, Buzz words를 이유 없이 쓰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글로벌”, “클라우드”, “세계화” 같은 말들 말이죠. 정말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었다면 클라우드란 단어를 안 쓸 수 없겠지만, 클라우드랑 전혀 관계 없으면서도 클라우드란 단어를 집어다 쓰는 것은 나쁘다는 의미입니다. 정말 특이한 곳이 아니라면 서류를 읽는 사람들도 해당 분야의 종사자 입니다. 쓸데 없이 미사여구를 붙였다가 해당 분야의 종사자들의 눈에 “허세를 부린다”라는 느낌을 주면 좋을게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