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출산율과 출생율을 보이고 있는 나라입니다. 한국인이라는 인종이 멸종하는데에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도 매우 주목하고 있는 주지의 사실입니다.1 그런데 인터넷을 보면 태어나지 않은 신생아가 다 인터넷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를 ○린이라고 칭하거나, 응애라고 칭하는 인터넷 사용자가 매우 많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매우 역겨운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현실에서 우는 아이가 있으면 부모에게 욕을 해서 아이를 데리고 나갈 수 없게 만들거나 민원을 넣고 맘충이라고 부릅니다. 아예 아이가 없도록 노키즈존 같은것을 만들며, 아이가 자란 뒤에도 급식충이라고, 잼민이라고 선을 긋습니다. 아이들이 범법행위를 한 것에 대해 가혹한 처벌을 해야한다며 촉법소년 이야기를 합니다. 현대사회의 한국인들이 전심전력으로 현실세계에 새로 태어날 아이는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해도 믿을만큼 극단적입니다. 근데 현실에서는 눈 앞에 아이들이 보이질 않길 바라면서 정작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어린이나 아기에 빗대서 ○린이나 응애 같은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보통 ○린이라는 표현은 자신이 입문 혹은 시작하고자 하는 어떤 주제에 대한 입문자 내지는 초보라는 표현으로 차용되곤 합니다. 주식을 처음 시작했으니 주린이 라던가, 헬스를 처음 시작했으니 헬린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응애의 경우는 이제 여기서 ○린이 표현을 더 강조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자기는 응애거리면서 우는 아기와 같은 입장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호하게 말씀드리건데, 당신은 ○린이도 응애도 아닙니다.

당신의 미숙함이나 부족함, 낮은 이해도 등을 어린이나 아기를 방패삼아 합리화 하지 마세요. 그런 표현은 하나도 안 귀엽고, 하나도 안 친근합니다. ○린이도 응애도 쓰지 마세요. 한 순간 위트 있어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하찮은 이유로 인간으로서 갖춰야할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도덕성을 시궁창에 버리지 마세요. 당신이 초보거나 입문자라는 사실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러한 부분을 어린이와 아기에 빗대어 자신을 ○린이라던가 응애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린이와 아기라는 사회적 존재들에 대한 해석을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행위입니다. 당연하게 유아청소년은 보호받아야할 범주이지만, 유아청소년이 상대적으로 어리다고 해서 모두가 미숙한 것도 아니고, 그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순 없습니다. ○린이나 응애라는 표현은 유아청소년의 속성을 방패로 삼으면서 정작 자기 자신을 숨기는 비겁한 행위입니다. 이렇게 유아청소년을 다루는 것은 명백한 비하발언이며 미성년자를 향한 혐오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딱히 저만 하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미 한참 전에 사용하지 말라고 표명했고, 국립국어원에서도 어린이라는 표현은 비하표현이 아닌 격식을 갖춘 표현이라고 잘못된 인식을 정정하는 홍보활동을 한 바 있습니다.2

그러니까 제발! ○린이, 응애 같은 표현 쓰지 마세요.

수정 내역.

보다 개별적인 수정사항은 GitHub 저장소에서 Diff를 확인해주세요.

2023년 10월 16일.

  • 연합우주의 오랜 지인 X님께서 ○린이, 응애란 표현이 등장하는 맥락과 이것이 왜 나쁜 표현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부분과 문장 구성을 보다 명료하게 수정하도록 제안해주셔서 반영했습니다.
  • Twitter에서 제 글이 유행하는 것을 보던 오랜 지인 H님께서 @_a6g_ 님의 트윗3을 전달해주시며 해당 부분에 대한 보강을 제안해주셔서 반영했습니다.

각주.

  1. https://www.youtube.com/watch?v=LBudghsdByQ 원래 위치로

  2.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1376.html 원래 위치로

  3. https://twitter.com/_a6g_/status/1713707591879295318 원래 위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