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비즈n라이프에 <‘한국형 스티브잡스’ 배출한다던 SW마에스트로사업 성과 부진>이란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가 실적이 부진하다”, “스팩 쌓기용으로 전락했다”는 등의 대목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에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제도를 변호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제게 있어서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가 어떤 곳인지 설명드리는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저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이하 ‘소마’) 5기 연수생입니다. 소마에 지원하기 전까지 저는 그냥 지방에 있는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일 뿐이었습니다. 학교 수업은 듣고 있지만 취업이나 이런 것은 전혀 갈피가 잡히지 않아 무엇을 해야할지, 어디에 에너지를 몰두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방황하는 상태였습니다.
더구나 이 블로그의 링크로 되어있는 제 이력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장애가 있습니다. 취업에 대해서는 사실상 포기상태였고, 따라서 별로 의욕적으로 프로그래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소마에 합격하고, 다양한 연수생들, 멘토님들과 교류하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학교라는 좁은 우물에서 벗어나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선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는데 나보다 뛰어난 연수생 동기들과 경험 많은 멘토님들로 늘 북적거리는 연수센터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늘 신선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자연스레 프로그래밍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뭔지조차 감을 잡지 못했던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두번째로 협업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조별 과제 같은 것은 있지만 그것으로는 장기적인 협업 경험을 해볼 수 없습니다. 소마에서는 팀을 짜고, 멘토님을 배정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므로 협업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자연스레 개발자 문화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내가 짠 코드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음을, 내가 하는 일에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느끼고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프로그래밍에도 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제 개인사가 무엇이 중요하냐고 할 수 있지만, 저는 제 경험을 중심으로 소마를 변호해보고자 합니다.
1. 창업자가 기수당 10명 내외라서 실패적이라는 점..
소마는 전통적으로 10명 내외의 마에스트로를 선발합니다. 오직 그 10명 내외의 사람들만이 창업 지원금 50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엔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마에스트로 = 창업자
라는 공식은 잘못되었습니다.
100명을 선출할 때에는 100명 모두 창업의 가능성이 있기에 100명을 뽑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원은 딱 뽑힌 10명만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10명 이상의 창업자가 나오길 바라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지요?
저는 소마를 폐지하기 보다는 지원 대상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5000만원으로 창업
은 말이 안됩니다.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해서 초기 자본금이 상당히 필요한데, 5000만원으로는 생색조차 내기 힘들 것입니다.
가령 게임 회사를 한다고 하면 게임을 잠시 광고 한번 하고 나면 5000만원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돈일 것입니다.
저는 비록 1단계까지만 진출했지만, 제가 지금의 지원 정책 그대로 마에스트로 자격을 받았다면 창업은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지원금을 준다고 해서 창업을 할 것이라는 계산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창업 자체의 리스크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창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실패를 기본으로 하는 일입니다. 100% 성공하는 창업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번 기사 내용을 보면 마치 “소마 연수를 받았으니 창업을 해라!” 같이 느껴지는데, 창업 후 실패시 그 리스크를 누가 대신 감당해주는 것도 아닌데 너무하지 않나 싶습니다.
2. 총 창업자가 13.6%밖에 안되므로 실패적이라는 점..
이것 역시 말이 안됩니다. 연수를 받자 마자 창업을 하라는 것으로 보이는데,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뜻이 맞는 사람을 모으고, 투자자를 모아야 합니다. 그러나 소마 연수생은 대부분 학생 신분입니다. 학생 신분으로써 창업에 필요한 절차를 밟는 것 자체가 상당히 힘든 일이라는것은 왜 감안하지 않는것인지요?
저는 오히려 13.6%라는 수치가 한국 실정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창업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전무하다시피한데, 실제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어느 회사건 미비한 편입니다. 이들을 격려해주진 못할 망정 실적이 나쁘다고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3. “창업과 학업을 선택한 경우가 237명(62.2%)으로 취업준비생들의 스팩쌓기용으로 전락한 수준”이라고 여겨지는 점..
위에도 적었지만 소마 연수생은 대부분 학생입니다. 학업을 포기하고 성공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창업을 하길 바라시는건가요? 저 기준 자체가 그냥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업을 마친 후에 창업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연수를 잠시 받았다고 해서 세계적 기업을 창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상한 기대를 하고 계신건 아닌가 싶습니다.
창업이라는것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교육이라는 것은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고작 4~5년간의 성과를 기준으로 그 사업의 성공여부를 점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4. “1인 창조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고급 창업교육프로그램” 라는 발언.
초기 취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변규홍님께서 받으셨다는 2010년 메일 내용을 인용합니다.
“SW 마에스트로 과정의 목적: 창의적인 SW 분야 신세대 우수인재를 발굴하여 실무형 최고급 교육과정을 통해 SW산업 미래를 선도할 SW 분야 최고급 인재를 육성”
대체 언제부터 소마가 1인기업 양성기관이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소마 공식 사이트 메인에 나오는 “SW산업을 선도할 최고급 SW인재를 육성합니다” 라는 문구는 왜 적어놓은 것인가요? SW인재 = 창업인재라는 공식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개발자는 대부분 CEO가 되기보다는 CTO가 되길 바랍니다. CTO가 아니더라도 개발을 하는 포지션에 있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이 기사를 볼 때, 소마는 CEO를 육성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이 분들은 개발자가 뭐가 하고 싶은지 정말 모르시는구나 싶었습니다. CEO 육성 교육이 하고 싶으신거면 경영학도들을 대상으로 해야지, 개발자를 대상으로 해선 안됩니다.
저는 소마 과정을 SW인재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SW인재 교육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말했다 시피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불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를 노려보고 있다고 해서 물이 빨리 끓을 리 없고, 밭에 심은 씨앗들이 지켜본다고 더 빨리 자랄 리 없습니다. 지금 소마에게 필요한 것은 주전자를 끓이는 불이 꺼지지 않도록 거센 바람을 막아주고, 씨앗이 싹틀 수 있도록 물을 주며 잡초를 뽑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마 과정을 통해 많은 좋은 경험을 했고, 이러한 좋은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해볼 수 있길 원합니다. 비록 소마 제도 자체는 개선의 여지가 아직도 많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성과 부진”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폐지라도 하자는 듯이 몰고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소마에게 필요한 것은 실적 운운이 아니라 나쁜 것은 좋게, 좋은 것은 더 좋게 만들기 위한 소통과, 보다 좋은 토양이 마련되어서 앞으로 점점 더 소마가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소마에 대한 진지하고 사려깊은 대화가 오갈 수 있길 바랍니다.